소개팅앱이라는 말이 싫어서 직접 만들었다 — 프라이밋 메이커스로그 1편
직장인 소개팅앱 하드유저가 결국 직접 앱을 만든 이유. 어디서 만났냐는 질문 하나가 불편해서, 커피챗 클럽을 창업했다.
“어디서 만났어?”
간단한 질문이다. 근데 나는 이 질문이 오면 항상 잠깐 멈췄다.
사실대로 말하면 되는데 — “앱에서 만났어” — 그 말이 입 밖으로 잘 안 나왔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지인 소개로.” 거짓말이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게 몇 번 쌓이다가 결국 직접 만들기로 했다.
나는 소개팅앱 하드유저였다
37살, IT 개발자, 서울 직장인. 트레바리 독서모임도 다니고, 언어교환 스터디도 나간다. 지적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었다.
그래서 앱을 썼다. 꽤 오랫동안, 꽤 열심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만났고, 몇 번은 제대로 만났다. 이 앱이 “작동하는” 건 분명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디서 만났어?” 의 불편함
만남이 연애로 이어지면 주변 사람들이 묻는다. 어디서 만났냐고.
나는 항상 “지인 소개”라고 했다. 앱이라고 말하기가 왜 그렇게 불편한지,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그냥 그랬다. 직장 동료한테, 부모님한테, 오래된 친구한테 — “소개팅앱 써서 만났어”라는 말을 꺼내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만났던 사람들도 똑같았다는 거다.
“어디서 만났냐고 하면 어떻게 말해요?” 라고 물어봤더니, 나처럼 “지인이 소개해줬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직장인, 전문직, 대학원생 — 학력이나 직군에 상관없이 비슷했다.
앱이 나쁜 게 아니었다. 앱을 썼다는 사실 자체에 수치심이 붙어있는 거였다.
근데 이게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처음에는 그냥 개인적인 불편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관점을 바꿔봤다. “소개팅앱”이라는 카테고리 라벨 자체가 문제라면, 그 라벨 없이 같은 기능을 제공하면 어떨까?
트레바리를 생각해봤다. 독서모임이다. 근데 트레바리 다니다가 좋은 사람 만나면 어떻게 말하지? “트레바리에서 만났어.” 완전히 자연스럽다.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약간 멋있다.
영어 회화 스터디, 커피챗 네트워킹, 독서 토론 — 이런 활동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이미 사회적으로 완전히 수용된 방식이다.
그러면 커피챗 클럽 형식으로 만남을 구조화하면?
“커피챗 클럽에서 만났어” — 이 말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인프라 문제를 발견했다
커피챗 클럽 프레이밍이 단순히 마케팅 전략인 줄 알았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앱스토어에 소개팅 카테고리로는 등록 자체가 안 된다. 한국 앱스토어 기준으로, “이성 매칭”, “만남 주선” 류의 앱은 심사에서 막힌다. 국내 결제 PG사들도 마찬가지다. 소개팅 서비스라고 하면 결제 연동 자체를 안 해준다.
이미 서비스 중인 앱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면, 대부분 우회 방법을 찾거나 애매하게 운영한다. 그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커피챗 클럽 프레이밍은 수치심을 없애기 위한 포지셔닝이기도 하지만, 법적·상업적으로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 조건이기도 하다. 포지셔닝과 규제 회피가 같은 해결책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게 생각보다 강력한 구조라고 느꼈다.
프라이밋(Primeet)이 하는 것
그렇게 만든 게 프라이밋이다.
표면적으로는 커리어 인증 기반 커피챗 클럽이다. 직업과 학력이 인증된 멤버들끼리, 매니저가 직접 큐레이션해서 45분짜리 1:1 커피챗을 연결해준다.
실제로는 — 굳이 말 안 해도 누구나 안다. 그리고 그게 핵심이다.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구조가, 이걸 쓰는 이유다.
“어디서 만났어?”라는 질문에 이제는 “커피챗 클럽에서 만났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짓말도 아니고, 부끄럽지도 않다.
메이커스로그 시리즈 예고
이 시리즈에서는 프라이밋을 만들면서 부딪힌 것들을 기록할 거다. 왜 만들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문제를 만났는지까지.
- 1편 (이번 글): 왜 만들었나 — 소개팅앱 stigma와 커피챗 클럽 아이디어
- 마케팅 편: 인스타 0에서 시작하기 — 금지어 투성이인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
- 2편: 앱스토어에 올릴 수 없는 앱은 어떻게 출시하나 — 규제와 포지셔닝
- 3편: 기술 스택 공개 — Expo Router + Supabase + Claude Code로 1인 개발
- 4편: 가장 어려운 문제 — 매칭 후 취소율과 로지스틱 해결법
- 5편: 출시 후기 (예정)
직접 써보고 싶었던 앱을 만들고 있다. 과정을 기록해두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시작한다.
프라이밋: prim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