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메이 10:10 파티 — 발렌타인데이, 두쫀쿠, 그리고 다섯 테이블의 기억

2월 14일, 한강진역 카페에서 만난 그녀의 첫마디. 더메이 10:10 로테이션 소개팅 파티 후기.

발렌타인데이였다.

아침부터 어딘가 공기가 달랐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2월 14일이었고, 나는 한강진역 근처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내다봤다. 겨울 끝자락의 햇살이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녀가 왔다.

하늘색 후드 니트 가디건에 밝은 코트. 계절과 계절 사이를 걷는 사람처럼 레이어드가 자연스러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가 말했다.

“우리 아빠랑 얼굴 윗부분이 너무 닮았어요!”

상관(上觀). 얼굴의 이마에서 눈 사이, 그 영역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나는 잠깐 멈췄다.

이 말이 칭찬인가, 인사인가, 아니면 어떤 신호인가 — 를 계산하기 전에, 이미 그녀는 다음 말을 잇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 그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람.

나는 그게 좋았다.


이상형을 물으면 종종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빠 같은 사람이요.”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는데, 요즘은 다르게 듣는다. 아버지라는 존재에 신뢰가 있는 사람. 존경을 배운 사람. 그 감정이 연애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람.

그린 플래그라고 부르기엔 너무 은근했지만, 분명히 무언가였다.


대화는 생각보다 깊은 곳으로 흘렀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연애란 무엇인가. 결혼은 어떤 사람과 해야 하는가.

그녀의 눈썹이 탈색되어 있었다. 컬러 렌즈 너머로 눈빛이 빛났다. 촬영 때문에 헤어 색을 자주 바꾼다고 했다. 골프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골프와 인생을 자꾸 겹쳐서 생각하는 편이다.

골프는 숫자로 표현되고, 숫자가 좋으면 기분이 좋고, 나쁘면 기분이 나쁘다. 잘 되다가 안 되고, 안 되다가 잘 되는 게 인생이랑 판박이다. 라운드 한 번 같이 돌면 그 사람의 희노애락이 전부 나온다. 그래서 연애 프로그램에서 부모님이랑 저녁 식사는 있으면서 골프 라운드는 없는 게 늘 아쉽다.

“다음에 파3나 스크린 같이 가요.”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생각이 먼저였다.


발렌타인데이 소개팅, 한강진역 카페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왔다.

두쫀쿠 두 개.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샀다고 했다. 하나를 내밀었다. 이 날을 기념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고, 건네는 얼굴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감동받았다. 소박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로테이션 소개팅 파티

오후 5시, 압구정 로데오역 근처 양식집.

더메이에서 주최한 10:10 로테이션 소개팅 파티였다. 이전에 ‘루카’ 네트워킹에서 연결되어 이번 파티에 초대받았다.

시스템은 2:2, 다섯 테이블, 테이블당 30분, 총 두 시간 반.

전날 우연히 이런 영상을 봤다. 이혼전문 변호사와 결정사 대표가 이상형과 결혼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이었는데, 더메이 대표가 출연하더라. 영상에서 그가 했던 말 중 이런 게 있었다. 이상형 조건을 스펙으로 나열하는 사람은 정작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을 만나도 설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결혼은 결국 내 삶을 함께 꾸릴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그 말이 머릿속 어딘가에 붙어 있었다.

📺 참고 영상: 이혼전문 변호사 vs 결정사 대표, 이상형과 결혼에 대한 토론


첫 번째 테이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이라 입이 아직 안 터진 상태였다. 말을 아꼈다. 근데 눈빛이 살아있었다. 3살 연하라고 했던가. 요즘 30대 같지 않게 말랑말랑한 사람이었다.

두 번째 테이블. 이전 네트워킹 파티에서 한 번 본 얼굴이 있었다. 역시 두 번째로 만나도 첫 번째에 심장이 뛰지 않던 사람은 다시 뛰기 어렵다. 그 옆자리 분은 내겐 없는 심미적인 직업을 갖고 있어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래도 자리는 옮겨졌다.

세 번째, 네 번째를 지나며 생각했다. 1:1로 15분씩 했으면 어땠을까.

다섯 번째 마지막 테이블.

이쯤 되니 뭔가 풀렸다. 걸러내는 게 귀찮아지니 그냥 말이 나왔다. 그게 더 자연스러웠다. 여성분이 웃다가 콧물 방울이 맺혔다. 그걸로 또 같이 웃었다.

파티가 끝나고 2차 제안이 왔다. 아쉽게도 선약이 있었다. 우리 남자 둘이 빠지자 “그럼 우리 둘이 가자”는 말이 나왔다. 까였다며.


파티가 끝나고

귀가하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테이블에서 눈에 들어온 두 사람을 선택했다.

결혼에 대해 묻는 질문들, 나는 이렇게 생각해왔다. 나라는 사람을 기업에 빗댄다면, 부모님은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다. 주주총회에서 구구절절 설득해야 하는 사람보다는 자연스럽게 소개가 이어지는 사람이 좋다. 반대를 거스르는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어쩌면 그 기준이, 내가 만들어온 방어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 했다.


10권의 단편집을 읽고.

두 권은 맨 왼쪽에 꽂아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발렌타인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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