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c 시험 보고 왔다. AI가 예측한 내 점수는?

평소 영어 스터디만 하다가 문득 실력이 궁금해서 OPIc 시험 봤다. 시험 끝나고 같은 질문에 다시 답변을 녹음해서 AI에게 채점을 맡겨봤다. 예상 등급은?

OPIc 시험 보고 왔다. AI가 예측한 내 점수는?

갑자기 OPIc을 본 이유

토요일 오후 3시 40분, 역삼.

창밖으로 빛이 빠지고 있었다. 나는 시험장 건물 앞에 서서 생각했다. 평소엔 영어 커뮤니티에서 페어 세션이나 스터디만 했다. 누군가와 영어로 떠드는 건 익숙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찾아왔다.

“나 진짜 실력이 늘고 있는 걸까?”

측정하지 않으면 모른다. 느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예약했다.

시험장의 온도

역삼 시험장. 학원 같기도 하고 독서실 같기도 한 분위기.

흰색 책상, 칸막이로 딱딱 붙어 있는 부스. 머리 위에는 CCTV가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험 준비 중

헤드셋을 쓰고, 마이크를 체크했다. 모니터에 OPIc 인터페이스가 떴다.

생각보다 조용했다. 옆 부스에서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릴 뿐.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내 목소리만 들었다.

혼자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외로웠다.

어떤 질문이 나왔나

총 33분 정도 녹음했다. 질문은 크게 이런 흐름이었다.

  1. 자기소개 — 직업, 사는 곳, 취미
  2. 취미 (등산) — 어디 가는지, 뭐 입는지, 뭘 먹는지
  3. 교통수단 — 평소 이동 방법, 어릴 때와 지금 비교
  4. 은행/투자 — 계좌 종류, 투자 경험, 성공/실패 사례
  5. 롤플레이 — 친구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하기, 차 고장났을 때 대안 제시
  6. 자동차 산업 변화 — 과거/현재 비교, 전기차 경험

시험 보는 모습

생각보다 질문이 구체적이었다. “등산 준비 어떻게 해?” 같은 디테일까지 물어봤다. 마치 친한 친구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것처럼.

금융 쪽은 내가 평소 관심 있는 분야라 술술 나왔다. ISA, IRP, 테슬라, 루나 코인까지 전부 쏟아냈다. 말하면서 스스로 놀랐다. 관심 있는 주제 앞에서는 언어의 벽이 낮아진다.

AI에게 채점을 맡기다

시험장에서는 당연히 녹음이 안 된다. 그래서 집에 와서 같은 질문에 다시 답변을 녹음했다. 기억에 의존한 재현. 그걸 Gemini STT로 전사하고, AI에게 OPIc 채점 기준으로 분석을 맡겼다.

내 목소리를 텍스트로 바꿔 놓고 읽어보니, 묘한 민망함이 밀려왔다.

예상 등급: AL (Advanced Low)

종합 평가:

  • 유창성 ✅ 매우 유창하고 일관된 발화
  • 어휘력 ✅ 금융/IT/자동차 등 전문 분야 어휘 뛰어남
  • 담화 구성 ✅ 복잡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전개
  • 과제 완수도 ✅ 질문에 충실히 답변, 롤플레이도 자연스러움
  • 문법 ⚠️ 관사, 전치사, 시제, 단복수 일치 오류 자주 발생

AI가 꼽은 개선 포인트 3가지

1. 문법 정확성 훈련 관사(a/an/the), 전치사(in/on/at), 시제 오류가 많다. 긴 문장을 구사할 때 핵심 구조를 먼저 잡고 덧붙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2.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 익히기 한국어 직역투 표현들:

  • “bright eye” → foresight
  • “out of function” → out of order
  • “call in” → go all in

원어민 팟캐스트, 미드 쉐도잉 추천.

3. 녹음 후 자기 평가 습관화 내 답변을 녹음해서 다시 듣기. 어떤 오류가 반복되는지 체크. 다음번엔 의식적으로 교정.

결과 확인 중

소감

물론 실제 시험과 집에서 다시 녹음한 건 조건이 다르다. 시험장의 긴장감, 시간 압박, 처음 보는 질문 앞에서의 당혹감. 그래도 내 영어의 윤곽을 그려보기엔 충분했다.

예전에 즐겨 듣던 All Ears English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을 했다.

English is connection, not perfection.

OPIc을 보면서 그 문장이 떠올랐다. 완벽한 문법보다 소통하려는 의지가, 정확한 관사보다 눈을 맞추며 말하는 자신감이 더 중요했다. 실제로 OPIc 채점 기준도 그 방향이었다.

재밌는 건 난이도 선택이었다. 시험 중간에 질문 난이도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일부러 어려운 걸 골랐다. 쉬운 질문은 대답이 짧아졌다. 어려운 질문은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서 오히려 말이 더 나왔다.

나를 말하게 만드는 건 쉬운 질문이 아니라 어려운 질문이었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편한 대화보다 어려운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 앞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유창성이나 어휘는 괜찮았다. 문법 디테일에서 점수가 깎인다는 걸 알게 됐다. 관사, 시제, 전치사 같은 기본기. 말은 술술 나오는데 정확성이 부족하다. 대충 통하니까 대충 넘어갔던 것들이 쌓여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네트워킹형 영어만 해온 것 같다. 영어 커뮤니티, 페어 세션, 프리토킹. 전부 아웃풋 위주. 이제는 인풋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카, 문법, 리딩. 지루하지만 필요한 것들.

다음 목표는 영어 등급을 올리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일본어? 독일어? 아직 모르겠다.

모르는 게 오히려 설렌다.


P.S. English is connection, not perfection.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