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 문래동 12:12 미팅 파티 후기: 여자보다 남자들이랑 눈맞은 썰
비긴어게인 문래동 12:12 미팅 파티 솔직 후기. 토요일 오후 솔로 파티에서 로맨스는 없고 브로맨스만 남았다.
문래동으로 간 이유
토요일 오후의 문래동은 조용했다. 공장들이 문을 닫은 거리에는 기름 냄새 대신 찬바람만 돌았다.
‘비긴어게인’ 12:12 미팅 파티. 장소는 ‘홍연’이라는 곳이었다. 문래동 공장 지대라 주말엔 아무 데나 주차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장소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첫인상부터 흔들린 멘탈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찾았다. 공중화장실의 수도꼭지를 돌렸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녹슨 배관에서 마른 기침 같은 소리만 났다. 결국 문래역까지 다시 걸어갔다. 손을 씻기 위해서.
초반부터 힘이 빠졌다.
입장하니 남성 참가자들의 눈빛이 보였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 눈빛. 여성분들도 마찬가지였다. 말을 걸고 싶은 온도가 아니었다.
직감은 빠르다. “오늘 망했다.”
파티장 분위기
빨간 벽지. 하얀 테이블. 발밑의 히터가 공기를 바싹 말리고 있었다. 와인잔이 세팅되어 있었지만 나는 술을 못한다. 포도주스를 따랐다. 파티에서 포도주스를 마시는 사람의 심정을 아는가.
공간은 비좁았다. 벽 뒤로 진행자가 오가는 발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12:12 미팅 파티 시스템
테이블당 남자 셋, 여자 셋. 30분마다 자리를 바꾼다.
첫 테이블: 나이라는 이름의 벽
92년생, 김민지 닮은 분이 앉아 있었다. 대화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보다 두 살 어렸다. 요즘 나는 네다섯 살은 차이가 나야 말이 통한다고 느낀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
송파에 산다는 운동 강사분도 있었다. 일단 마음 한쪽에 체크해두었다. 이 선택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때의 나는 몰랐다.
다른 테이블들: 끌림 제로
간호사, 회사원. 여러 분이 계셨지만 외모에서도 대화에서도 끌리는 지점이 없었다.
테이블을 돌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점점 남자들과 더 친해지고 있었다.
전우애의 탄생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이 질문이 매 테이블마다 돌아왔다. 지루해지지 않으려고 남자 셋이서 매번 다른 답변을 짜냈다. 눈짓으로 순서를 정하고, 한 명이 진지하게 답하면 다른 한 명이 받아쳤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우리, 꽤 잘 맞는다.
약사님 (동갑)
햄스터상이었다. 첫인상은 평범했다. 그런데 대화할수록 빛이 났다. 볼수록 매력 있는, 이른바 볼매. 말도 잘 통했다. 같은 파장의 사람을 만나면 대화에 리듬이 생긴다.
요리사님
흑백요리사 출연진과 친분이 있다고 했다. MC도 보려 하는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 웃음이 시원했다.
뒤풀이로 이어진 브로맨스
파티가 끝났다. 우리 셋은 자연스럽게 뒤풀이를 약속했다.
술을 못하는 나 때문에 치킨집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결국 근처에서 발견한 술집. 노란 조명 아래 앤티크 가구가 놓여 있었다. 파전과 파스타를 시켰다. 술집에서 파스타라니. 그래도 괜찮았다.
옆 테이블에서는 여대생들이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다. 케이크 위의 초가 흔들리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소개팅 할 사람 없냐”며 누군가 중얼거렸다.
1시간쯤 수다를 떨고 해산했다.
요리사님을 차로 데려다드리는 길. 차 안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남자 셋이 찍은 여자가 겹쳤다.
- 12호: 카리나/김민지 닮은 분
- 9호: 또 다른 마음에 드는 분
- 11호: 운동 강사분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씁쓸한 웃음이었다.
매칭 결과
최종 선택지에 9호, 11호, 12호를 적었다.
9호는 눈빛에 안광이 있었다. 또렷하고 깔끔한 인상. 11호는 운동 강사분이었다.
요즘 이상형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말랑말랑한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왜 연하를 좋아하냐고 하면,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 사소한 다정함에 대한 감사. 그런 것.
9호에게서는 그 말랑함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자기 틀 안에 상대를 맞추려는 느낌. 미세했지만 분명했다.
며칠 뒤, 문자가 왔다.
9호님, 11호님, 12호님과 매칭되었습니다!
잠깐, 인기남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잠깐.
그런데…
이 중 11호 운동 강사분과 애프터를 하게 되었다.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후기 정리
문래동 12:12 미팅 파티. 로맨스는 없었다. 대신 브로맨스가 남았다.
약사님, 요리사님과는 지금도 가끔 연락한다. 어쩌면 그날의 진짜 인연은 처음부터 그쪽이었는지도 모른다.
매칭된 세 분 중 누구랑 잘 풀렸냐고?
안 풀렸다. 셋 다.
다음 편: 11호님 애프터 최악의 빌런 후기 (feat. 딸기만 쏙쏙)
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정보는 익명 처리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