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천, 50일 연속 상승, 그리고 나의 리밸런싱

테슬라 집중 포트폴리오에서 AI-에너지-우주-방산 연합군으로의 전환 기록

코스피가 6천을 찍었다. 50일 연속 상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순이익이 257조를 넘기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단어가 다시 돌고 있다. 주변에서 반도체를 사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린다. 나도 흔들렸다. FOMO라는 건 알면서도 걸리는 병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부동산에 자산의 80% 이상을 묶어둔 사람이다. 송파 아파트에 살고, 강남 오피스텔에서 월세가 나온다. 생활의 닻은 단단하다. 그래서 주식에서는 좀 더 과감해질 수 있다. 과감하되, 무모하지 않게. 코스피가 오르는 건 좋은 일이지만, 50일 연속 상승 뒤에 추격매수를 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나는 내가 읽을 수 있는 흐름에만 돈을 넣는다.

3월 3일, 리밸런싱을 실행했다. 테슬라 200주 중 100주를 매도했다. 수익률 110%가 넘는 구간이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로보택시가 7개 도시로 확장되고, 4월부터 사이버캡 양산이 시작된다는 뉴스가 연일 나온다. FSD v14도 출시됐다. 호재는 충분하다. 그런데도 팔았다. 한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는, 수익이 날 때는 짜릿하고 빠질 때는 숨이 막힌다.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에서 AI 로보틱스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이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변동성까지 포트폴리오 전체로 감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100주는 남겨뒀다. 그 정도면 여전히 충분한 베팅이다.

매도 자금의 행선지를 정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코스피 추격매수는 처음부터 배제했다. 원달러 1,460원대에서 원화 자산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것도 부담이었고, 무엇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꼭대기에서 올라타는 건 내가 잘 하는 게임이 아니다. 대신, 지금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봤다.

엔비디아 150주를 샀다. 가장 큰 비중을 넣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년 대비 75% 이상 성장하고 있다. 블랙웰 울트라에 이어 루빈 아키텍처까지 로드맵이 깔려 있다. 월가 타겟 프라이스는 250달러에서 360달러까지 넓게 퍼져 있는데, 중요한 건 방향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꺾이지 않는 한, 엔비디아는 골드러시에서 삽을 파는 쪽이다. 삽을 파는 회사는 금을 찾는 회사보다 실패할 확률이 낮다. 이건 거의 확신에 가까운 판단이었다.

구글 65주도 담았다. 제미나이의 성장세와 클라우드 AI 매출을 보면, 빅테크 중에서 AI 수혜가 가장 직접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검색 시장의 지배력에 AI가 더해지면 해자가 더 깊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AI 경쟁이 리스크지만, 구글의 인프라 규모를 감안하면 장기전에서 불리하지 않다.

ASTS 60주는 좀 다른 결의 베팅이다. AST 스페이스모빌은 2026년 매출 가이던스를 1.5억에서 2억 달러로 제시했다. 올해 안에 위성 45~60기를 궤도에 올릴 계획이고, 텔러스, 오렌지 같은 글로벌 통신사와 이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시가총액이 274억 달러까지 올라와서 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성 직접 통신이라는 시장 자체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 가장 앞에 서 있는 기업 중 하나다. SpaceX 상장 수혜주라는 테마도 머릿속에 있었다. 우주 인터넷이 상용화되는 시점에서 이 회사가 어디에 위치할지를 상상해봤다.

팔란티어 20주는 소량이지만 의미가 있다. 미 육군과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고, 4분기 매출 성장률이 70%에 달한다. Rule of 40 스코어가 127%라는 건,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포워드 PER이 200배를 넘긴다. 이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비중은 작게 가져갔다. 확신이 아니라 관찰의 영역이다.

버노바 10주, 카메코 60주를 담았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 수요는 폭증한다.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는 AI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없으면 안 되는 쪽. 화려한 AI 기업들 뒤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결국은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갈 거라는 판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주, 현대로템 18주도 넣었다. 국내 방산이자 환율 헷지다. 원달러 1,460원에 미국 주식만 추격하는 건 또 다른 위험이다. K-방산은 폴란드 K2 전차, K9 자주포 수출에 이어 루마니아까지 진출하면서 유럽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NATO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 압박을 넣고 있고, 유럽은 자체 군비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그 흐름의 수혜가 한국 방산에 직접적으로 흐르고 있다. 방산 4사 영업이익이 5조를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면, 이건 테마가 아니라 실적이다. 원화 자산이면서 글로벌 수출 비중이 높으니, 환율이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코인도 손을 봤다. 리플 6,800개에서 5,000개로 줄이고, 비트코인은 0.1개만 남겼다. 지지부진한 자산을 들고 있는 건 기회비용이다. 테슬라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임이 멈춘 자산에서 자금을 빼서 움직이는 곳으로 보내는 것. 단순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원칙이다.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이 들 때, 그게 매도의 신호일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AI, 우주, 에너지, 국방. 세상이 변하는 길목마다 씨앗을 심어두는 편이 나의 성격에 맞다. 수익이 더 날지는 모른다. 코스피 추격매수를 한 사람이 나보다 더 벌 수도 있다. 다만 어느 한 곳이 무너져도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됐다는 것. 한 종목에 의존하던 시절은 끝내고 싶었고, 끝냈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결과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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