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ma AI + Claude로 47장짜리 강의 PPT를 만들었다 — AI가 AI를 지시하는 워크플로우

Gamma AI 초안 → Claude가 슬라이드별 프롬프트 설계 → 다시 Gamma에 입력. AI₁이 AI₂를 지시하는 구조로 금융MBA 강의 자료 47장을 만든 실전 과정을 공개한다.

Gamma AI + Claude로 47장짜리 강의 PPT를 만들었다 — AI가 AI를 지시하는 워크플로우

3월에 국내 경영대학원 금융MBA에서 세미나를 하게 됐다. 주제는 “말하는 AI에서 ‘일하는’ 에이전트로 — 2026 금융 AI의 실전 로드맵.” 대상은 금융권 현직 임원과 리더들. 1시간짜리 강의다.

문제는 발표 자료였다. 47장짜리 프레젠테이션을 처음부터 파워포인트로 만들면 이틀은 걸린다. 슬라이드 디자인, 레이아웃 잡기, 아이콘 찾기, 정렬 맞추기… 콘텐츠보다 꾸미기에 시간이 더 들어간다.

그래서 Gamma AI와 Claude를 조합했다. AI로 AI 강의 자료를 만든 셈이다. 이 메타적 상황이 꽤 재밌었다. 강의 내용 자체가 “AI를 실전에서 써라”인데, 강의 자료가 AI로 만들어졌으니까.

Gamma AI와 Claude를 조합한 워크플로우 개요


Phase 1: Gamma AI로 10분 만에 초안 뽑기

Gamma AI(gamma.app)는 프레젠테이션 생성 AI 도구다. 주제와 대략적인 구조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슬라이드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디자인 템플릿도 적용되고, 레이아웃도 알아서 잡아준다.

강의 주제와 핵심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26장짜리 초안이 나왔다. 소요 시간 약 10분. 레이아웃은 꽤 깔끔했다. 하지만 내용이 얕았다. Gamma가 알아서 채운 텍스트는 일반적인 수준이었고, 금융 도메인에 특화된 깊이 있는 콘텐츠는 없었다.

여기서 Gamma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예쁜 껍데기는 만들어주는데, 알맹이는 내가 채워야 한다.

Phase 2: Claude를 “콘텐츠 디렉터”로 투입

Gamma가 만든 26장 초안을 PDF로 추출했다. 그리고 Claude 데스크톱 앱에 이 PDF를 올렸다. 추가로 이전에 했던 강의 자료(59장짜리 PDF)도 함께 참조시켰다.

요청은 이랬다. “이 초안을 기반으로, 이전 강의에서 핵심 콘텐츠를 선별해서 통합하고, 47장 분량으로 확장해줘. 슬라이드마다 Gamma AI에 입력할 프롬프트를 markdown으로 작성해줘.”

Claude가 만들어준 결과물은 이런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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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이드 12: LLM은 확률적 앵무새인가?

**레이아웃**: 좌우 분할 (좌: 텍스트, 우: 일러스트)
**제목**: 확률적 앵무새 vs 창발적 지능
**부제**: "다음 단어를 예측할 뿐" — 정말 그게 전부일까?
**본문**:
- Bender et al. (2021) "확률적 앵무새" 논쟁
- 반론: GPT-4o → Opus 4.6 세대에서 관찰되는 창발적 행동
- GPQA 벤치마크: 전문가 수준 24% → 94.3% (2024→2026)
**하단 인용**: "충분히 큰 언어 모델은 세계 모델을 만든다" — Yann LeCun

이런 프롬프트가 47개. 각 슬라이드마다 제목, 부제, 레이아웃 지시, 핵심 내용, 하단 인용구까지 상세하게 설계돼 있었다. Claude가 사실상 프롬프트 엔지니어이자 콘텐츠 디렉터 역할을 한 거다.

Claude가 생성한 슬라이드별 프롬프트 목록

Phase 3: 대화하며 다듬기 — 반복이 핵심이다

Claude가 한 번에 완벽한 결과를 내놓지는 않았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작업이다. Claude와 대화하며 수차례 수정을 반복했다.

목차 슬라이드가 빠져 있었다. 추가했다. 최신 AI 모델 데이터가 2025년 기준이었다. 2026년 3월 기준으로 업데이트했다 — GPT-5.4, Claude Opus 4.6, Gemini 3.1 Pro 등. GPQA 벤치마크 수치도 최신으로 갱신했다. 이전 강의에서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를 선별해서 통합했다. 확률적 앵무새 논쟁, 감정 뉴런, Scaling Law, 던바 넘버 같은 것들.

새로운 슬라이드도 추가했다. 딥페이크와 칩페이크 관련 슬라이드를 MMSys’21 논문 기반으로 새로 만들었고, 글로벌 금융 AI 사례도 4개에서 6개로 확장했다. 디자인이 조잡했던 슬라이드는 전면 재구성을 요청했다. 아이언맨 수트 비유 슬라이드와 Autonomy Slider 슬라이드가 그랬다.

클로징 메시지도 강화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마무리였는데, “AI 쓰세요?”라는 질문이 “구글링 하세요?”만큼 구시대적이라는 메시지로 바꿨다. 금융권 임원들에게 이 정도 자극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Phase 4: 다시 Gamma로 — 최종 완성

Claude가 작성한 47개 프롬프트를 Gamma AI에 순차적으로 입력했다. Gamma가 디자인을 자동 생성하고, 필요한 부분만 미세 조정했다. 커스텀 도메인을 연결해서 웹으로 게시했고, “Made with Gamma” 뱃지를 제거해서 자체 브랜딩으로 배포했다. Gamma Pro 플랜의 장점이다.

완성된 47장 프레젠테이션 일부

최종 결과: 47장의 구성

완성된 프레젠테이션은 5개 파트로 나뉜다.

오프닝 5장으로 시작해서, PART 1 ‘패러다임 Shift’에서 Software 3.0과 LLM의 원리를 11장에 걸쳐 다룬다. PART 2 ‘신뢰의 위기’에서 딥페이크와 금융사기를 7장으로 정리하고, PART 3 ‘리얼월드 인텔리전스’에서 품질 검사 AI, CCTV 분석 같은 실전 사례를 7장에 담았다. PART 4 ‘에이전트 경제’가 10장으로 가장 두텁다. 금융 AI 6대 영역, x402 프로토콜, MAS까지. 마지막 PART 5 ‘실전 가이드’ 7장으로 마무리.

26장 초안에서 시작해 47장까지 확장됐는데, 분량만 늘어난 게 아니라 콘텐츠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워크플로우가 작동하는 이유

핵심 구조를 정리하면 이렇다.

AI₁(Claude)이 AI₂(Gamma)를 위한 프롬프트를 작성한다. AI가 AI를 지시하는 구조. 사람은 최종 판단과 방향 설정만 한다.

Gamma AI의 강점은 속도와 디자인이다. 초안을 뽑고 예쁘게 포장하는 건 확실히 빠르다. 하지만 콘텐츠의 깊이, 최신 데이터, 맥락 있는 스토리라인 설계는 Gamma 혼자서 못 한다. 그 빈자리를 Claude가 채운다. Claude는 기존 자료를 분석하고, 도메인 지식을 활용해서 슬라이드별로 정교한 프롬프트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반복 수정이다. AI가 한 번에 완벽한 결과를 내놓을 거라고 기대하면 실망한다. 대화하며 다듬는 과정, 그 반복이 결과물의 품질을 결정한다. 이건 코드를 짤 때나 글을 쓸 때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때나 마찬가지다.


결론: 가장 핫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그리고 한국어)다

Andrej Karpathy가 이런 말을 했다.

“The hottest new programming language is English.”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 말이 체감으로 와닿았다. 47장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데 파워포인트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디자인 툴도 쓰지 않았다. 내가 한 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뿐이었다. Claude에게 방향을 잡아주고, 피드백을 주고, 다시 요청하고. Gamma에게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을 지시하고.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코딩이 아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히 설명하는 능력”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거창하게 부를 것도 없다. 자기 생각을 구조화하고, 정확한 언어로 전달하는 것. 그게 전부다.

그리고 이 강의 자료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강의의 핵심 메시지 — “AI를 실전에서 써라” — 와 정확히 일치한다. 가장 강력한 설득은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AI가 AI를 지시하는 새로운 워크플로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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