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데이트에 방탈출을 가자고 하면
콩깍지를 빨리 벗기려는 전략은 이기적인가, 현실적인가. 영어 스터디에서 나눈 데이팅 이야기.
화요일 저녁, 영어 스터디 모임.
오늘의 주제는 “Anti-Valentine’s Day”였지만, 대화는 금방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누군가 던진 질문 하나가 방의 공기를 바꿨다.
“Do you believe romance should feel peaceful or exciting?”
나는 두 가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exciting, 그다음엔 peaceful. 문제는 그 사이의 타이밍이다. 콩깍지가 벗겨지는 그 순간.
나는 말했다.
“콩깍지를 빨리 벗기고 싶어서, 두 번째 데이트 때 힘든 상황을 만든다.”
방탈출을 가거나. 같이 운동을 하거나. 빠르면 여행을 간다. 힘들 때 진짜 모습이 나오니까. 편한 척하다가 나중에 ‘이 사람 이랬어?’보다는, 처음부터 알고 가는 게 낫지 않나.
그런데 상대방이 말했다.
“That’s selfish. And a bit rude.”
나는 잠시 멈췄다. 이기적? rude?
그 사람은 계속 말했다.
“아무리 오래 만난 사이라도, 쌩얼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가 있잖아. 안 좋은 모습 보이고 싶지 않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달랐다. 쌩얼을 안 보여주고 싶다는 그 마음,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게 너무 오래 가면? 언젠가는 보여야 하는데, 그 순간을 계속 미루는 건 결국 누구를 위한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말투 안에 자격지심이 느껴졌다.
“난 싱글이 더 좋아. 커리어를 쫓을 거야.”
그 말을 할 때, 눈이 조금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설득하려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 아니면 나에게?
남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오히려 “난 연애 안 해도 돼”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어기제. 정신승리. 그런 느낌이었다.
시간이 안 갔다.
나는 핸드폰을 슬쩍 봤고, 아직 30분이나 남았다는 걸 알았다. 집에 가고 싶었다.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What scares people more: being alone or being hurt?”
질문지에 적힌 질문이었다.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외로움보다 상처가 더 무섭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방어한다. 쌩얼을 숨기고, 안 좋은 모습을 가리고, “나 혼자가 더 좋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더 좋은 걸까.
아니면 그냥, 덜 무서운 걸까.
나는 여전히 두 번째 데이트에 방탈출을 가자고 할 것 같다.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rude하다는 말을 들어도.
왜냐하면 나는 알고 싶으니까. 진짜 모습을. 콩깍지 벗겨진 그 이후를.
그리고 그게 이기적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이기적인 게 정직한 거 아닐까.
화요일 저녁,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샀다. 차가웠고, 쓴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