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로 보는 교양
미용실에서 우연히 본 에세이 한 줄이 저녁 식사의 화두가 됐다. 젓가락질, 정말 교양일까?
미용실에서 책 한 권을 봤다. “마흔을 우아하게 먹는 법” 같은 제목의 에세이였다. 우아하게, 먹는 법. 뭔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우아함’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엄마가 강조했던 것
“젓가락질을 무조건 잘해야 된다.”
엄마가 했던 말이다. 젓가락질은 교양이자 교양. 처음엔 좀 과하다 싶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은 본다. 어떻게 젓가락을 쓰는지. 얼마나 잘 다루는지.
닭요리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젓가락질 이야기가 나왔다. X자로 교차하면 안 된다는 기본 규칙부터, 1단계 2단계 3단계… 마치 단계별 테스트처럼 난이도가 올라간다.
왼손으로도 할 수 있어?
깍두기 정도는 왼손으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진짜 테스트를 해봤다. 무채를 왼손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기. 지탱이 안 되면서도 어찌저찌 성공. “합격”이라는 평가가 떨어졌다.
왼손 젓가락질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런 게 바로 ‘우아하게 먹는 법’의 일부가 아닐까. 불편한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대처하는 능력.
식감과 취향의 경계
뼈 있는 음식, 껍질 있는 음식, 말캉한 식감. 사람마다 못 먹는 게 있다. 닭발, 닭봉, 껍질… “콜라겐 많아서 피부에 좋은데”라는 말에도 식감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
젓가락질을 잘한다는 건 결국 다양한 음식을 다룰 줄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큰 것, 작은 것, 미끄러운 것, 단단한 것. 어떤 음식이 나와도 자연스럽게 집어 먹을 수 있는 능력.
교양이란
젓가락질이 교양이라는 말, 처음엔 과장처럼 들렸다. 하지만 식사 자리에서 관찰하다 보니 이해가 됐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 함께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 불편함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
우아하게 먹는 법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다만 그 마음가짐이 젓가락질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날 뿐.
미용실에서 본 그 에세이, 결국 읽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줬다. 마흔이든 스물이든, 우아하게 먹는다는 건 단순히 음식을 입에 넣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