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하 결정사 소개팅 후기 — 잠실 일식집에서 챕터 2를 기다리며
아로하 결정사 소개팅 솔직 후기. 듀오, 클렌베리, 베스트클럽 등 매칭서비스 경험자가 말하는 잠실 일식집 만남과 안광의 중요성.
A 결정사, 실물과 사진 사이
대기업 결정사(D, G)와 달리 A는 사진 보정을 심하게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어? 사진이랑 다른데?’라는 당혹감은 없었다. 대신 여성 회원들의 외모보다는 백그라운드나 능력이 확실히 좋은 편이라고 했다.
부잣집 따님/아드님들이 많이 나오는 곳. 본인이 직접 가입하기보다 부모님 권유로 들어온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핫팩 두 개, 주머니에 넣고
집에 남은 핫팩이 두 박스나 있었다.
이번 겨울에 다 쓰려고 주머니에 두 개를 챙겼다. 실용주의자의 면모랄까.
저녁 6시, 잠실역 인근 일식집.
주차하고 도착했더니 화장실 근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이 보였다. 사진에서 봤던 얼굴이었다. 화장실 가는 모습을 봤지만 모른 척하고 들어갔다.
조금 뒤 조심스러운 연락이 왔다.
“혹시 오셨나요?”
들어가니 딱 그분이 맞았다. 뭔가 다들 혼자 먼저 약속 장소 가서 앉아있는 건 뻘쭘한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계란찜을 후루룩, 그리고 주먹 쥔 젓가락
이야기 시작 3분 만에 이상형 얘기가 나왔다.
상대방은 ‘곽범’ 같은 재밌는 스타일이 좋다고 했다. 나는 ‘흑화된 아이유’를 좋아한다고 하니 바로 “비비?” 라고 알아봤다.
나는 탁재훈, 이용진 스타일 예능을 다 챙겨볼 정도로 좋아한다고 했다.
역시 베프 같은 연애가 좋다. 같이 있을 때 “벌써 10시네”가 좋지, “아직도 10시네”는 별로다.
외적 선호는? 그녀는 ‘박형식’을 언급했다.
나는 눈빛이 살아있는 ‘안광’이 좋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스스로 “눈빛이 흐리멍텅하다”고 표현하며 내 눈을 잘 맞추지 못했다. 대화 내내 보라색 락교를 보면서 얘기하더라. 아니, 간장을 보고 얘기한 거 같기도 하다.
눈을 마주친 건 후반부가 되어서였다. 가장 긴 연애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였다. 내가 “반년 이상 사귄 사람 없다”고 했을 때 제일 눈이 초롱초롱했다.
나는 계란찜을 후루룩 다 삼켰는데, 상대방은 끄적끄적하고 있었다. 입을 가리고 젓가락질을 주먹 쥐듯이 했다. 자리가 불편해 보였다. 심지어 방어도 남겼다. 지라시도 남겼다.
뭔가 나만 너무 잘 먹은 거 같아 미안했다.
연애 경험이 적고 다소 불안해 보이는 눈빛.
‘역시나 쉽지 않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
“왜 스트레스 안 받아요?”
그녀가 내게 제일 스트레스받을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일하는 게 에너지 넘쳐야 하는데, 이 질문을 한다는 건 누군가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 있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일하는 쌤이 스트레스를 준단다. 그리고 이직을 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일할 때 에너제틱하고 0 아니면 1인 확실한 성격(Binary)이다.
그녀는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사실 나는 맨날 이직할 거라며 투덜대기(Whining)만 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느낀다. 행동력 있는 사람(Demanding하지 않은)을 선호한다. 어중간한 건 싫다.
“왜 스트레스 안 받냐”는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 받는다. 스트레스받는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뭐 땜에 스트레스다”라는 얘기 들을 때라고 대답해야 할까?
인생의 챕터 2, 결혼이라는 퀘스트
“왜 결혼하고 싶으세요?”
솔로로서의 삶은 이제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다.
친구들은 인생의 챕터 2(결혼/육아)에서 퀘스트를 깨고 있는데, 나만 여전히 챕터 1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RPG 게임으로 치면 챕터 1의 모든 서브 퀘스트를 다 깨고, 레벨도 충분히 올렸다. 이제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싶은데, 메인 퀘스트(결혼)를 시작할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랄까.
“언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나요?”
이미 지났다고 답했다. 30 초반쯤 하고 싶었는데, 딱 여성분 나이가 그때이긴 했다.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긴 하다.
팬케이크 하우스, 배는 부르지만
2차로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으니 바로 옆에 팬케이크와 커피를 파는 곳이 있었다.
“커피만 마셔도 되나요?”
직원분이 음식 하나 시켜야 한다고 했다. 너무 배부르지만 가까우니 일단 입장!
팬케이크 그래도 맛있긴 한데… 꿀 발라 먹기엔 너무 배가 부르다.
더군다나 바로 옆에 활발히 대화 나누는 그룹이 있어 대화가 어려웠다. 옆에서 동종업계 사람들이 대출, 집 구하는 얘기 하니까 대화 집중력이 떨어졌다.
소화시킬 겸 바로 거의 일어나다시피해서 걸으러 나왔다.
롯데타워 밑, 우중충한 11월
롯데타워 밑을 걷는데 날씨가 우중충했다.
비가 내리다 말았는지, 길거리 남자들이 코트 입고 검정 장우산 펼치고 자기 파트너와 함께 꽁냥꽁냥 걸어가더라.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바뀐 잠실역 지하를 투어했다.
자라홈에서의 캔들 데코레이션. 해리포터 팝업. 포켓몬 이브이를 팔던 레고샵. 홀리스터 대신 들어온 애플 스토어.
자꾸 그녀보다 공간에 더 눈이 갔다.
그리고 바이레도, 카페 로와이드 팝업이 더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
‘로와이드가 여기까지 진출했네.’
소개팅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 이렇게 소개팅 하는 거 안 힘드냐고.
전에도 떠올린 적 있지만, 소개팅은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어떤 책은 겉표지가 화려해서 집었다가 속이 텅 비어 있어서 안 읽게 되기도 하고, 어떤 책은 겉은 밋밋한데 읽다 보니 인사이트가 넘치고,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매번 새롭게 자기소개를 하고, 이상형을 묻고, 취미를 맞춰가는 거 안 힘드냐고?
힘들다. 힘들지만 안 힘들다.
내 우주엔 없는 다른 우주에 대한 궁금함을 탐험하는 과정이니까. 내가 일전에, 혹은 수년 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저런 우주를 만날 수 있었겠지 하는 평행우주에 대한 시공간 탐험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쉽게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그 만남을 가벼이 여길 수 있겠지만, 이 힘듦 뒤에 얻는 보람참을 난 아니까.
최적 정지 이론, 37%의 법칙
최적 정지 이론(Optimal Stopping Theory)이라는 게 있다. ‘비서 문제(Secretary Problem)’라고도 불리는 수학 이론이다.
만약 내가 비서를 뽑아야 하고 10명을 면접 볼 계획이라면, 처음 1/e ≈ 약 37%(3.7명)는 무조건 패스한다. 아무리 괜찮아도 뽑지 않는다. 대신 이 구간에서 ‘기준’을 세운다. 그다음부터는 그 기준을 넘는 첫 번째 사람을 선택하면 — 수학적으로 최적의 선택을 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이론이다.
그렇게 원점 조절을 해야 아쉬움이 없고, 보는 눈이 생기리라.
그치만 나는… 원점 조절을 너무 많이 해버리긴 했다. 뚜렷하다. 패스한 37%가 아니라 한 300명쯤? 농담이다. 아무튼, 명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은 생긴 것 같다.
다만 그 기준이 명확해지므로써 좀 더 탐험을 안 하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탐험해도 지난번과 같은 과오 — 첫인상 15초를 안 믿고 더 봤다가 역시나 했던 경험 — 를 항상 범한다는 것.
챕터 1의 몇 번째 페이지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챕터 2를 기다리며, 몇 번째 장이 될지 모르는 챕터 1의 한 페이지를 또 써 내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