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SaaS의 종말 — 사장이 실무하는 회사만 살아남는다

6번째 창업 중인 노정석 대표가 말하는 AI 시대의 현실. B2B SaaS 공식은 끝났고, 라스트마일을 직접 코딩하는 사장이 이기는 시대가 왔다. 영상 전사 기반 핵심 정리.

B2B SaaS의 종말 — 사장이 실무하는 회사만 살아남는다

지난 3년간 뷰티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B2B SaaS 공식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있다. 6번째 창업 중인 노정석 대표. 구글 출신, 파이브락스 매각 경험, 포항공대 해킹 사건의 주인공. 이 사람이 디타임즈 인터뷰에서 한 말이 꽤 날카로웠다.

“B2B SaaS 공식 가지고 패키징해서 팔고 한 달에 얼마 차지하고 — 안 될 거예요. 고객들이 저거 없어도 된다는 걸 이미 알아요.”

SaaS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근데 이 사람은 직접 SaaS를 대체하는 과정을 자기 회사에서 실행하고 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전 보고서다.


프론티어 모델의 게임은 끝났다

노정석 대표의 진단부터 짚고 가자.

작년까지 AI 시장의 관심사는 단순했다. LLM 프론티어 모델의 성능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 데이터셋, 알고리즘, 컴퓨테이션 인프라를 트래킹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 게임은 끝났다. 올해부터 방향이 바뀌었다.

핵심 키워드는 RLVR(Reinforcement Learning with Verifiable Rewards). 벤치마크를 만들 수 있는 영역 — 코딩, 수학처럼 맞았는지 틀렸는지 자동 검증이 되는 분야 — 은 이미 모델이 다 흡수했다. 올해는 물리, 화학, 생물까지 끝낸다는 게 업계 컨센서스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망간 곳이 보상 시그널을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다.

구체적 예시: 오픈AI 출신이 만든 초전도체 재료공학 연구실. LLM이 후보 물질을 뽑고, 클라우드 랩에서 로봇이 실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보상으로 되돌린다. 비트 세계와 물리 세계를 연결하는 평가 파이프라인을 독점하는 거다.

“이밸류에이션 파이프라인을 나만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 유일하게 남은 거예요.”

이걸 AI 앱 시장으로 끌어오면? 완전 서부시대 개막이다.

AI 프론티어 모델 경쟁에서 라스트마일 경쟁으로 전환


SaaS가 죽는 진짜 이유 — 라스트마일

노정석 대표가 자기 회사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 있다. 회사를 자율주행으로 바꾸는 것.

“자율경영 회사”라고 부른다. 올해부터 워딩을 바꿨다. FSM — Full Self Management.

방법은 단순하다. 누군가 퇴사하면, 예전엔 그 포지션에 사람을 채웠다. 지금은 대표 본인이 들어간다. 그 프로세스를 직접 정리하고 보면, 80%는 다른 데서 데이터를 가져오거나 보내거나 정리하는 작업이다. 핵심적으로 가치를 만드는 건 20%도 안 된다.

그 80%를 직접 코딩한다. 바이브 코딩이든, 코덱스든, 클로드든 도구는 뭐든 쓴다. 그리고 나머지 20%의 판단만 직접 한다.

“사장이 실무를 하는 회사는 AI 시대에 엄청나게 강력해질 거고요. 사장이 실무를 하지 않는 회사는 없어져 버릴 거예요.”

여기서 핵심은 라스트마일이다. 모든 회사의 실무 프로세스가 다 다르다. 재무 연결, 고객 응대 흐름, 마케팅 파이프라인 — 이 디테일은 그 일을 직접 하는 실무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이걸 SaaS 형태로 패키징해서 파는 건 불가능하다. 라스트마일이 회사마다 다르니까. 컨설팅으로 풀면? 돈이 안 된다. 지식만 빼앗기고 끝이다.

결국 남는 건? 자기 라스트마일을 직접 코딩하는 사장.


바이브 코딩의 현실 — 3개월도 안 갔다

바이브 코딩 창업 붐이 작년 말에 있었다. “AI로 코딩해서 SaaS 만들자!” 수많은 사람이 뛰어들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도 안 됐는데 현실이 드러났다.

“고객들이 자기의 일들을 자기들이 하고 있네.”

고객이 직접 AI로 자기 업무를 자동화하기 시작한 거다.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제품을 사 줬는데, 그 위에 자기들이 원하는 걸 덧붙이면서 점점 독립한다. 단가는 계속 내려가고, 제품은 커머디티화된다.

빅테크가 AI 개발자 행사를 할 때마다 뒤에서 수천 개 스타트업이 무너진다. 이 주기가 일주일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

과거 창업의 우위 — 좋은 엔지니어를 많이 보유하는 것, 기술 자산을 쌓는 것 — 는 산업시대의 공장, 전기, 노동자를 보유하는 것과 같았다. 그 우위가 사라지고 있다.


외주 개발이 사라지는 세상

나도 비슷한 걸 느끼고 있다. 회사에서 어떤 기능이나 서비스가 필요할 때, 개발팀에 외주를 주거나 SI 업체를 부르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

젠슨 황이 바이브라고 불렀던 것 — 문제를 어느 방향으로 풀어야 효율적인지 아는 직관. 이게 코딩 능력보다 중요해졌다. AI가 코딩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뭘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감각이 진짜 병목이 된 거다.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당연히 AI를 잘 다루면서 직관이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 할 거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1인분만 할 수 있는 인재로는 경쟁이 안 된다. AI를 활용해서 2~3인분 해낼 수 있는 사람 — 그게 이제 채용 시장의 기본 기대치가 되고 있다.

노정석 대표 말처럼,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비용보다 AI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은” 시대다. 그럼 합리적 선택은 뭔가? 직접 AI랑 일하는 거다. 중간 과정을 없애는 거다.

AI 시대 채용 시장의 변화 — 1인분이 아닌 2~3인분의 역량


살아남는 직업은 하나: 앙트러프러너

노정석 대표에게 “AI 시대에 사라질 직무와 살아남을 직무”를 물었다. 답이 명쾌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의지를 발휘하는 것밖에 안 남아요. 난 이걸 해야 되겠어라고 하는 것만 인간의 롤로 남을 거 같고… 사업가예요. 그래서 그게 우리의 마지막 남은 직업이다.”

그리고 이어서 한 말이 더 무서웠다.

“이제는 취직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취직에 성공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거든요.”

해석하면 이렇다. 어떤 회사에서든 혼자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 — 그런 사람만 채용 시장에서도 살아남는다. 취직이 필요 없을 정도로 스스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회사가 원한다는 역설.

일론 머스크가 고집을 부렸으니까 로켓이 착륙하고, 전기차가 굴러다니고, 자율주행이 현실이 됐다. 한 사람의 순고한 의지 없이는 그 미래는 오지 않았다. 기술이 미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의지가 미래를 만든다.


노정석의 실전 플레이북

노정석 대표가 실제로 자기 회사(아멜리앤킵)에서 실행하는 방법론을 정리하면 이렇다.

항목방법
퇴사자 대체사람 충원 대신 대표가 직접 프로세스 진입
업무 분석80% 트랜잭션/정리 작업 + 20% 가치 판단으로 분리
80% 자동화바이브 코딩 + Codex로 직접 구현
20% 판단대표 본인이 직접 수행
외부 채널거의 안 씀. 자체 파이프라인 구축
AI 에이전트내부용 ‘노바’ 구축 — 자율경영 시스템

핵심: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문제다.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비용보다 AI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다. 합리적 선택은 대표가 직접 AI랑 일하는 것.

“누구랑 얘기해서 누구한테 시키는,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서요. 그거보다 제가 AI랑 커뮤니케이션하는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요.”


그래서 지금 뭘 해야 하나

노정석 대표의 관점을 빌려서 정리하면:

  1. 자기 업무의 라스트마일을 직접 코딩해라 — SaaS에 맡기지 말고, 직접 자동화해봐라. 그 과정에서 실무의 진짜 디테일이 보인다
  2.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계산해라 — 사람에게 설명하는 데 30분 걸리는 일을 AI에게 5분에 시킬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답이 나온 거다
  3. 앙트러프러너 마인드를 탑재해라 — 직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직업의 정의가 바뀌는 거다. “나는 이걸 해야 되겠어”라는 의지를 가진 사람만 남는다
  4. 바이브 코딩을 서비스로 팔지 마라 — 고객이 곧 직접 한다. 대신 고객이 접근 못하는 라스트마일의 암묵지를 공략해라

B2B SaaS 시대의 종말은 곧 1인 기업, 초소형 팀의 황금기가 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구는 이미 충분하다. 부족한 건 방향을 정하는 의지뿐이다.

라스트마일을 직접 코딩하는 1인 창업자의 시대


이 글은 디타임즈 — 전진수의 궁금한 건 못 참아 영상의 노정석 대표 인터뷰를 전사·요약하여 작성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