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 미팅 파티 애프터 후기: 딸기 타르트와 매너에 대하여
비긴어게인 문래동 미팅 파티에서 만난 운동 강사님과의 애프터. 기대와 달랐던 저녁, 그리고 매너에 대해 생각하게 된 밤.
당일, 만나기 전부터
수요일 저녁이었다. 문래동 12:12 미팅 파티에서 매칭된 운동 강사님과의 애프터. 송파 쪽에 사시는 분이라 그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만남을 위해 기존 약속을 미뤘다. 그 정도의 기대는 있었다.
6시 반에 보기로 했다. 오후에 메시지가 왔다. 여유롭게 7시까지 와도 되겠냐고. 좋다고 했다.
7시가 다 되어서 다시 연락이 왔다. 깜빡 잠이 들었다고. 빨리 준비해서 가겠다고. 15분이면 도착한다고.
나는 이미 식당 앞에 서 있었다. 근처 카페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쌓이면 느낌이 달라진다. 기대의 온도가 한 도씩 내려가는 것. 그걸 본인은 모른다.
1차 식사: 동네 샤브샤브집
나는 동네 맛집 느낌의 소소한 곳을 좋아한다. 유명하지 않아도 맛있으면 된다. 그래서 근처 샤브 칼국수집을 제안했다.
상대방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0.5초 정도. 그 찰나의 표정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다른 걸 기대했던 거다.
2인분에 고기를 추가해서 먹었다. 내가 계산했다.
2차 카페: 딸기 타르트
근처에 힙해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다. 날것의 인테리어. 빈백 소파. 콘크리트 벽에 간접 조명이 반사되고 있었다.
음료와 딸기 타르트를 시켰다. 계산대 앞에 섰을 때, 상대는 내 뒤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것도 내가 결제했다.
식사를 냈으니 카페 정도는 상대가 낼 줄 알았다. 꼭 내라는 게 아니다. “내가 낼게요” 한마디. 그 제스처. 그것만 있었어도 달랐을 것이다. 그런 게 없었다.
타르트 위의 딸기
자리에 앉아 타르트를 먹기 시작했다. 상대가 딸기만 골라 먹었다. 포크 끝으로 빨간 딸기를 하나씩 집어 올리며, 아래의 크림과 타르트 껍질은 건드리지 않았다.
별것 아닌 행동이다. 그런데 그 순간, 뭔가 확신이 들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화도 서로 다른 온도였다. 나도 상대의 이야기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고, 서로 겉도는 말만 주고받았다. 재미가 없었다.
중간중간 정적이 흘렀다. 상대는 불편해 보였다. 나는 그 침묵을 굳이 메우려 하지 않았다. 메울 이유가 없었다.
비교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며칠 전 다른 소개팅에서 만났던 분이 떠올랐다. 이성적 끌림은 없었지만, “약속 미룬 게 미안하다”며 자연스럽게 식사를 결제했던 사람.
끌림이 있든 없든, 매너라는 건 그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기준인 거다.
짧은 마무리
분위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걸 우리 둘 다 느꼈을 것이다. 오래 앉아 있지 않았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게 마지막이었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돌아보며
소개팅은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과정이다. 잘 안 맞는 만남도 결국 무언가를 남긴다.
이번에 남은 건 하나다.
동네 맛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 거창한 레스토랑보다 골목 안쪽 작은 식당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딸기만 골라 먹는 사람과는, 아마 오래 못 앉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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